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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람의 제국(29)

詩가 있는 詩소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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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완식
기사입력 2021-06-18

▲     ©정완식

 

신이 떡갈나무에 벼락을 보내는 건 
자만하는 인간에 대한 경고 메시지 

 
선인들이 떡갈나무를 심고  
애도를 표하는 건 신들에 대한 분풀이 

 
위대함에 도전하고 응전하는 건 
자유를 사랑하는 본성을 가진 자의 특권 

 
붙임성 많은 떡갈나무를 경계하라 
쾌활 분방은 인과응보의 부산물이다 

 
- 수상한 떡갈나무 - 

 

 
30. 수상한 동사회

 

 
“미안해요. 내가 장부장에게 조용히 할 얘기가 있어서... 
사실은 오늘 아침에 이한경 상무와 잠시 통화를 했어요.

 
이한경 상무가 어제 장부장에게 예청에서 했던 얘기를 일전에 나하고도 나눈 적이 있었는데 마침 나도 이상하게 생각하는 부분이 있어 관심을 가지고 들었지요. 

 
나도 그리고 이한경 상무도 어떤 확신을 갖고서 얘기하는 건 아니지만, 우리 중국법인만이 아니고 북경에 있는 MH 중국법인까지 포함해서, 우리 MH그룹 중국 사업이 어떤 커다란 틀 안에서 움직이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어요. 

 
좀 전에 말했던 것처럼 내가 무언가 하고 싶어도 막히는 부분이 나타나고, 내게 필요한 인적, 물적 자원이 제약을 받는 느낌이나 나를 어떤 틀 안에 가두어 놓고 있는 느낌, 이런 것들이 있어요. 

 
그러한 현상은 우리 법인 내부에서도 그렇고, 협력업체 등의 우리 파트너들에게서도 그렇고, 우리 법인과 관련된 예청 시정부나 난징 시정부, 그리고 강소성의 정부 기관들에서도 그렇고... 

 
오히려 내가 한국 본사에서 이곳으로 부임할 때 주변에서 이곳 중국법인은 중방 주재원들 때문에 협조가 안돼 일하기 어려울 거라는 충고는 아무것도 아닌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다른 무언가의 힘에 의해서 강하게 구속받고 있는 것 같아요.” 

 
한길 부사장은 길게 숨을 내쉬었다가 들이키더니 약간은 조심스러워하면서도 강한 어조로 힘주어 이야기를 이어나갔다 

 
“지난달 말, 우리 법인의 내년도 사업계획을 확정하는 이사회 회의에서도 그랬어요. 

 
장부장도 알겠지만, 우리 법인에는 나와 마동천 전무가 한방을 대표해서 참석하고, 동방그룹에서는 강소천 부동사장이, 상달그룹은 장송 총경리가 참석을 해요. 

 
그리고 우리 법인의 동사장인 이건웅 예청시 당서기까지, 이렇게 다섯 명이 참석하는데, 상식대로라면 동방과 상달은 우리 중방 파트너이기 때문에 우리가 같이 만든 사업계획이니 이미 그 내용을 보고받고 또 검토까지 하고 왔을테니까 별문제가 없고, 

 
이건웅 당서기는 회사 일에 크게 관여를 안할테니 안건 상정만 하면 그대로 통과가 되어야 하는데 그 날은 그렇지가 않았어요. 

 
이건웅 서기가 다짜고짜 지금 우리 법인 상황이 좋지 않으니 무조건 상정된 사업계획안의 30프로를 더 축소해서 사업계획을 확정하고, 재무상태 개선을 위한 증자계획도 취소해서 한국 본사에 보내자고 하는 거예요. 

 
무슨 근거가 있는 것도 아니고, 중국내 자동차산업 상황에 대해 잘 알고 있는 동방그룹에서 얘기하는 것도 아니고...  

 
그런데 동사장의 제안에 동방이나 상달 측은 아무 대꾸도 없이, 마치 기다렸다는 듯이 동의해 버렸고, 그렇게 우리가 애써 만든 의욕적인 내년도 사업계획이 30프로 축소되고 증자계획도 취소된, 동사회 회의결과가 본사에 보내어졌지요. 

 
말이 계획대비 30프로지, 작년 대비 올해의 사업 실적이 반 토막이 난 상황이라 작년 사업목표 수준은 못되어도 법인이 버티어 낼 수 있는,  

 
그리고 현재의 상황을 반전시켜야 하는 의욕적인 사업목표를 위해 올 실적 대비 30프로를 올려놓은 건데 그걸 다 축소하고 취소해 버리면 법인 문을 닫는 수순으로 계속 몰고가자는 사업목표가 되어버리는데...  

 
그걸 어떻게 해석해야 하는지 난 이해가 되지 않았지만, 그때의 회의결과는 그렇게 되어버렸지요. 

 
지금도 아사 직전인데 계속 굶고 있으라면 어쩌자는 것인지...  

 
다행히 그 회의결과가 한국 본사로 넘어가 최종 확정되는 절차가 아직 남아있긴 하지만 본사에서 회의결과를 놓고 보면 참 한심하다는 생각을 하겠지요. 

 
내가 그때 그런 회의를 하면서 느낀 건 이건웅 서기가 이미 내용을 다 파악하고 있고, 그런 결심을 굳히고 회의에 참석했다는 것이었어요. 

 
물론 중방 파트너들도 그렇고요. 

 
그렇지 않으면 상황 설명이나 토론과정도 없이 그렇게 신속하게 제안하고 중방 파트너들이 동의했을 리가 없거든요. 

 
나와 마동천 전무는 어이없게도 눈뜨고 코 베이는 심정이었지요.” 

 
연수는 그제서야 중국법인이 왜 그런 내년도 사업계획을 보내왔는지 사정을 알게 되었다 

 
한부사장이 그런 것처럼 연수도 여전히 그 이유는 알 수 없지만 무언가 알 수 없는, 짜여진 각본이 있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기에 충분했다 

 
“어제 이한경 상무도 대놓고 이야기는 하지 않았지만 무언가 이상하다는 의구심을 갖고있는 것처럼 보였습니다.  

 
이상무께서 내게 준 자료는 이번 출장 건이 마무리되고 좀 여유가 생기면 하나하나 검토해서, 그럴 수 있을지 지금 장담할 수는 없지만 가능한 조속히 회신을 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연수는 예의상, 아니 이한경 상무의 마지막 눈빛에서나 지금 그의 눈앞에서 비밀스레 이야기하고 있는 한길 부사장의 무언가 간절한 눈빛을 보아서라도  

 
그렇게 대답을 해야만 할 것 같아 이상무의 자료를 조속히 검토해보겠노라고 얘기했지만, 솔직히 연수 자신도 아직은 잡히는 감도 없었고, 

 
본사에 복귀하면 출장 보고뿐만 아니라 상사의 후속 오더사항 수행과 내년도 사업계획 마무리나 세부 실행계획서 작성, 직원들과의 워크샵과 교육 등의 일정이 줄줄이 잡혀있어 거기에 시간을 쏟을 자신은 없었다 

 
마음이 조급해진 연수는 한부사장과의 인터뷰를 서둘러 마무리하고 그의 사무실을 빠져 나왔다 

 
판매법인 건물을 나서니 겨울 동지가 가까워서인지, 벌써 해가 서쪽의 나지막한 건물 옥상에 걸려서 이제 막 지고 있었다 

 
연수는 마치 뉘엿뉘엿 넘어가는 해를 붙잡기라도 하듯이 서둘러 걸음을 재촉하고, 연수를 따르던 김과장은 캐리어를 들고 뛰다시피 뒤쫓았다 

 
숙소로 가는 길에 두 사람은 판매본부가 있는 건물 근처에 있는 중식당에서 간단하게 저녁 식사를 하며 당초 출장 일정보다 하루가 빠른 복귀를 위한 비행편 조정 등 몇 가지 필요한 사항을 상의한 후 비교적 이른 시간에 호텔에 들어갔다 

 
연수는 이번 출장보고서를 대강 정리한 다음 이한경 상무가 건네준 서류들을 다시 한번 들여다볼 심산이었다 

 

 

註 : 본 시소설은 가상의 공간과 인물을 소재로 한 픽션임을 알려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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