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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움을 너에게(장영순 시집, 2020) / 차용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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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용국
기사입력 2020-09-29

▲ 그리움을 너에게(장영순 시집, 2020) / 차용국  © 강원경제신문

 

그리움을 너에게(장영순 시집, 2020) / 서평쓰는 시인 차용국

 

장영순 시인의 시집 <그리움을 너에게>는 무한한 사랑의 시입니다. 사랑의 원천은 그리움입니다. 장 시인의 사랑과 그리움의 대상은 시집명에서 보듯이 ''라는 이인칭 대명사입니다. 때로는 '''그대'''으로 옷을 갈아입기도 합니다. 장 시인이 '처음 만나던 날 가슴 떨리며 기다릴 때 / 환하게 웃으며 다가오던 그 모습 그대로 이길', 그리고 '너는 나에게 나는 너에게 제일 소중했던 그때처럼 / 늘 변함없이 그대로 이길(''그대로 이길'' 일부)' 소망하며,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는 누구일까?

 

모든 인간은 자신의 체험에서 싹트고 성장한 관념과 상상력으로 세상을 이해하고 사물을 바라봅니다. 시는 이런 터에서 태어납니다. 시는 독자와 시인이 경험과 상상력을 공유하는 문학입니다. 시를 읽는 수많은 독자는 자신의 경험과 상상력으로 ''를 재현시키고, 심지어 시를 지은 시인 자신도 수많은 독자의 한 사람으로서 ''를 공유할 뿐입니다. 그래서 ''가 누구인지는 독자의 몫입니다. 사람은 누구나 사랑하고 그리운 사람이나 사물을 가슴에 품고 살아갑니다. 장 시인의 '''총총히 반짝이는 별들 중 / 가슴 깊이 들어온 별 하나 / 그대는 나의 기쁨이며 / 신선한 떨림입니다(''별에서 온 그대'' 일부)'. 장 시인은 그리워하고 사랑하는 ''를 다음과 같이 노래합니다.

 

눈보라가 사방으로 들이칠 때

어쩔 수 없듯

사랑이 오는 길도 그렇더이다

눈 휘모리장단을 맞을 수밖에

 

앞선 발자국 따라 걸을 때마다

한없이 정겨운 뽀드득 소리

임 걸을 때 나는 소리

나 사랑한 소리

 

(''눈 오는 날'' 전문)

 

장 시인을 찾아온 '''소리'입니다. '휘모리장단'처럼 순식간에 오기도 하고, '뽀드득' 눈 위를 걸어가는 소리처럼 정겹기도 한 '소리'입니다. 장 시인은 이와 같이 ''가 오는 소리에 청각적 이미지를 투사해 생동감 있는 시어를 뽑아냅니다. 정적인 이미지가 동적으로 전환되면서 감각적이고 선명한 호기심을 자극합니다. 감각의 이미지를 창조해 내는 장 시인은 여기서 그치지 않습니다

 

방초에 빗방울 스미듯

살며시 마음 밭 스미는

고운 시어 시어들

 

꿈의 언어가 되어

포로롱 날아오른다

 

차가운 바람에 오도도 떨리어도

너에게 가는 이 길은

천 리 길도 한 달음

 

달빛은 삼경인데

황홀한 너를 놓지 못하고

시어의 옷고름 푸는 나

 

(''1'' 전문)

 

''에게 가는 것은 '꿈의 언어가 되어 / 포로롱 날아오르는' 길이고, '차가운 바람에 오도도 떨리어도' '한 달음'에 달려갈 길입니다. 장 시인이 시를 만나는 일은 이렇게 시각적촉각적인 감각의 이미지로 구체화 되면서, 사랑과 그리움의 피가 흐르는 사람의 감각으로 전환됩니다. 물론 그것은 '시어의 옷고름을 푸는 나'를 만나는 일입니다. 나와 시가 하나가 되어 완벽한 교감이 이루어지는 육화의 이미지라 하겠습니다.

 

흰 안개비 나리는

숲 속 외길을

 

바짓가랑이 젖어

걷는 나그네

 

고운 임 그리워서

잠 못 이루나

 

산 새 짐승도 잠든

고요한 밤에

 

숨은 달빛 시어 찾아

걷는 나그네

 

(''안개비'' 전문)

 

'떨어지는 낙엽에 쓸쓸하다며 / 누구나 시인이 되는 / 계절입니다(''가을 그 쓸쓸함에 대하여'' 일부)' 장 시인은 '고운 임 그리워서' 잠을 이루지 못합니다. 장 시인은 임을 찾아 나섭니다. '산 새 짐승도 잠든 / 고요한 밤에' 홀로 임을 기다립니다. 그것은 '흰 안개비가 나리는 / 숲 속 외길을 / 걷는 나그네'처럼 외로운 길이기도 합니다. 하지만 '숨은 달빛 시어 찾아 / 걷는 나그네'는 행복합니다. 그렇게 하지 않으면 살 수 없는 장 시인 자아의 간절한 몸짓이기 때문입니다. '나를 미소 짓게 만드는 / 그대는 내 삶의 / 원동력이며 기쁨(''사랑하는 사람'' 일부)'이기 때문입니다. 장 시인은 운명처럼 시를 사랑하고 그리워하며 살아가기를 소망하는 천상 시인일 수밖에 없었던 것입니다.

 

'새벽녘 종교인은 하나님을 찾으며 / 경건한 기도를 드리는' 것처럼, 장 시인은 '시의 발걸음도 능히 떼지 못한 나는 / 침침해진 눈으로 시의 길을 찾습니다'라고 고백한다. 물론 '새벽 별 같은 시어를 얻기 위해서' 입니다. 장 시인에게 시는 신앙과 같은 사랑의 대상입니다. 오죽하면 '나는 시에 미친 여자(이상은 ''달맞이꽃 사연'' 일부)'라고 폭로합니다. 시에 미친 장 시인이 꽃피우고 싶은 시는 '진흙 위에서도 / 고결하게 피는 너(''백련'' 일부)'이며, '블랙홀 같은 / 신비로운 황홀함 / 스르르 눈뜨는 꽃송이(''노을꽃'' 일부)' 일 것입니다.

 

장영순 시인의 행복은 시를 연인처럼 사랑하고 그리워하며 영원히 사는 것입니다. 장 시인은 노래합니다. '그대를 사랑하는 것이 이토록 행복인데 / 천 년 전에는 얼마나 사랑하며 행복했을까요 //... (중략)... 천 년 전부터 천 년 후에도 변함없이 / 죽도록 사랑할게요(''천 년 후에도 사랑할 당신'' 일부)' 코로나19로 지치고 힘든 일상을 견뎌내고 있는 시대입니다. 장 시인이 전해주는 사랑과 그리움의 서정은, 연인에게, 독자 자신에게 따사로운 위안의 선물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 서평쓰는 시인 차용국     ©강원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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