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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적 유전자(리처드 도킨스 지음, 홍영남ㆍ이상임 옮김, 2014) / 차용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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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용국
기사입력 2020-08-04

 

▲ 이기적 유전자(리처드 도킨스 지음, 홍영남ㆍ이상임 옮김, 2014)  © 강원경제신문

 이기적 유전자(리처드 도킨스 지음, 홍영남ㆍ이상임 옮김, 2014) / 서평쓰는 시인 차용국

 

 

1976년 35세의 동물행동학자 리처드 도킨스가 펴낸 ''이기적 유전자''는 지식 사회에 큰 파장을 일으켰습니다. 그는 지구라는 별에 존재하는 생물은 40억 년 전 원시 대양에서 자기복제를 터득한 분자 형태의 생물(유전자)이 프로그램 한 '생존 기계(개체)'라고 합니다. 사실 이 말은 만물의 영장이라고 자부하는 인간의 입장에서 보면 다소 언짢기는 하지만, 충격을 받을 만큼 새로운 개념은 아니었을 것입니다. 인류는 이미 유전자의 실체를 발견하였고, 상당한 연구의 축적도 가지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첨언하면, 프리드리히 미셔가 1869년에 DNA를 처음 발견한 이후, 프랜시스 클릭과 제임스 왓슨이 1953년 네이처지에 이중나선 구조를 가진 DNA의 실체를 발표함으로써 유전자라는 개념은 일반적으로 널리 알려져 있었기 때문입니다. 

 

논의의 쟁점은 유전자의 유일한 목적이 유전자 자체를 유지하는데 있으므로 원래 이기적이라는 것과 이 책 제11장에서 제기하고 있는 문화적 유전자(밈, meme)에 관한 대담한 주장일 것입니다. 우리는 과학에서 발견한 '사실의 실체'에 관해서는 설사 그것을 받아들이기에 불편한 점은 있어도 혼란스러워하지는 않습니다. 그런데 유전자가 기본적으로 '이기적'이라는 것은 성질이나 성향을 의미하는 것이므로 이것이 과학적인 '사실의 실체'인가 하는 의심을 떨어낼 수가 없었고, 마찮가지 이유로 생물학적인 유전자가 아닌 '문화적 유전자'의 개념은 혼란스럽기만 했습니다. 그래서 이 책의 읽기는 중단과 다시 읽기를 거듭 반복했습니다.

  

그런데, 문득 이러한 독서법이 오히려 나의 선입견에서 기인한 것은 아닌지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회의적인 책읽기는 나름 중요하고 가치 있는 일이긴 하지만, 과학서라고 해서 독자가 그 내용을 일일이 검증하며 읽어야 할 의무는 없을 것입니다. 아마 그 분야의 전공자이거나 논문을 검토하는 일이라면 다르겠지만 말입니다. 아무튼 이 책은 유전자에 관한 전공 연구보고서가 아니라 대중을 독자로 쓴 책입니다. 그래서 과학이라는 선입견을 걷어내고 읽으면, 주인공 '유전자'의 흥미진진한 여정에 동행할 수 있습니다. 누구나 쉽게 소설처럼 읽을 수 있습니다. 이는 저자가 옥스포드대학교에서 과학의 대중화 전담 교수직을 맡았던 이력과 무관하지 않은 듯도 하며, 그의 빼어난 문학적 역량도 한 몫 했을 것입니다. 그가 1987년에 왕립문학학회상과 로스엔젤레스 타임스 문학상을 수상한 것이 이를 대변하는 듯합니다.

  

40억 년 전 원시 지구에 생명이 탄생합니다. 유전자입니다. DNA(deoxyribonucleic acid)라고 부르기도 합니다. DNA 분자는 우아하게 맞물린 한 쌍의 뉴클레오티드(nucleotide)의 나선형 사슬, 즉 '불멸의 코일'인 '이중 나선'으로 되어 있습니다(69쪽). 유전자는 여행을 떠나려고 합니다. 진화라는 여행입니다. 하지만 유전자는 홀로 이동할 수가 없습니다. 자신을 싣고 갈 운반체가 필요합니다. 유전자가 찾는 운반체는 생존 기계입니다. 유전자가 할 수 있는 것은 미리 생존 기계의 체제를 만드는 것뿐입니다. 그 후 생존 기계는 완전히 독립적인 존재가 되며 유전자는 그저 수동적인 상태로 그 안에 들어앉아 있으면 됩니다(113쪽). 생존 기계인 개체에 안착한 유전자의 목적은 오로지 생존과 번식입니다. 유전자는 개체의 세대를 이어가며 불멸의 존재가 됩니다. 인류라는 개체에 안착한 유전자의 목적도 그러합니다. 

 

유전자의 유일한 목적은 생존이기에 기본적으로 이기적입니다. 유전자의 자연 선택은 오로지 생존에 유리한 쪽입니다. 도덕이나 믿음 등과 같은 그 어떤 요건이 끼어들 틈이 없습니다. 자연 선택은 진화의 모든 산물에 적용됩니다. 그래서 자연 선택을 거쳐 진화해 온 것은 무엇이든 이기적일 수밖에 없습니다(42쪽). 유전자의 이기주의는 보통 개체 행동에서도 이기성이 나타나는 원인이 됩니다(40쪽). 이타적으로 보이는 행동도 유전자의 생존을 위한 선행일 뿐입니다. 인간이라는 개체도 그러합니다.

  

그런데 동물, 특히 인간이 지속적인 이타적 행동을 보이는 까닭은 무엇일까? 시간과 반복 때문입니다. 이것은 죄수의 딜레마(Prisoner's Dilemma) 게임이론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협력과 배신이라는 일시적인 단순한 게임이라면 당연히 배신을 선택하는 것이 내게 가장 유리한 이득을 가져다 줄 최선의 전략일 것입니다. 하지만 반복적으로 계속되는 게임이라면 결과가 달라질 것입니다. 상대가 나의 배신을 알아낼 것이고, 나의 배신은 유리한 이득은 커녕 최악의 불이익이라는 대가를 치루어야 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지속적인 게임에서는 협력이 내게 유리한 최선의 전략일 수도 있다는 것입니다. 이타성은 바로 반복적으로 복잡하게 계속되는 게임에서 선택할 수 있는 최선의 행동인 것입니다. 우리의 유전자는 40억 년이라는 지질학적 시간을 살아온 존재입니다. 인간의 이타적인 행동은 지난한 진화의 시간 속에서 반복적인 학습으로 터득한 최선의 생존 전략인 것입니다. 

 

예측 불허인 환경에서 예측을 하기 위해 유전자가 취할 수 있는 방법 가운데 하나는 학습 능력을 만드는 것입니다(119쪽). 동물 중에서 인간만이 학습되고 전승되어 온 문화의 지배를 받고 삽니다(41쪽). 인간의 뇌에는 문화적 전달자가 존재한다고 생각합니다. 이 문화적 유전자를 밈(meme)이라고 합니다. 문화 전달의 단위 또는 모방의 단위라는 개념을 담고 있습니다(322쪽). 밈의 예에는 곡조, 사상, 표어, 의복의 유행, 단지 만드는 법, 아치 건조법 등이 있습니다. 유전자가 유전자 풀 내에서 퍼져 나갈 때 정자나 난자를 운반자로 하여 이 몸에서 저 몸으로 뛰어다니는 것과 같이, 밈도 밈 풀 내에서 퍼져 나갈 때에는 넓은 의미로 모방이라 할 수 있는 과정을 거쳐 뇌에서 뇌로 건너다닙니다(323쪽). 밈의 개념은 다소 사변적일 수도 있으나 문화진화론을 옹호하는 든든한 응원군이 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이제 우리의 뇌는 이기적 유전자에 배반할 수 있는 능력을 가지는 정도로까지 진화했습니다. 인간의 언어는 유전자와 밈의 진화 속도보다 더 빠르게 진화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문화가 만들어 내는 환경 속에서, 신은 높은 생존 가치 또는 감염력을 가진 밈의 형태로만 실재합니다(324쪽). 맹신이라는 밈은 이성적인 물음을 꺾어버리는 단순한 무의식적 수단을 행사하여 불멸의 존재가 되는 것입니다(331쪽). 맹신의 밈은 특유의 잔인한 방법을 통해 스스로 번식해 갑니다. 애국적 맹신이든 정치적 맹신이든 종교적 맹신이든 모두 마찬가지입니다(332쪽). 문화적 환경은 함께 선택되는 밈들로 구성되어 있습니다. 따라서 밈 풀은 진화적으로 안정한 세트로서의 속성을 지니고 있어서, 새로운 밈이 쉽게 침입할 수 없습니다(333쪽). 유전자의 목적이 생존과 번식인 것처럼 밈의 목적도 기본적으로는 유전자의 속성을 가지고 있는 듯합니다. 하지만 밈이 불멸의 자기복제자로서 유전할 것인가는 조금 더 깊은 성찰이 필요할 듯합니다. 

 

앞에서 언급한 것처럼 이 책은 유전자 관점에서 유전자의 눈으로 본 세상입니다. 세상을 보는 데는 여러 관점이 존재합니다. 자연 선택을 보는 데도 두 가지 관점, 즉 유전자의 관점과 개체의 관점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이를 제대로 이해한다면 두 관점이 같다는 점을 알 수 있습니다. 즉, 같은 하나의 진실에 대해 두 개의 관점이 존재하는 것입니다(21쪽). 관점은 실험을 통해서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것이 아니라, 전환을 통해서 새롭고 흥미로운 사실들을 밝혀내고 창출하는 것입니다.

▲ 서평쓰는 시인 차용국     ©강원경제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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