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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나라 감성이 있는 풍경-아버지의 아지트/김재진

시 감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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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해
기사입력 2020-06-23

 

▲     ©박선해

 

아버지의 아지트/김재진

 

사는 게 지치는 날이면 응석이라도 부릴 요량으로

호국원에 계시는 선친께 먼 길을 마다합니다

 

겨우내 첫눈이 늦장 부리던 산골 마을 주막에

옹기종기 모여 앉아 나라님 험담 안주 삼고

막걸리 한 사발씩 제 흥에 겨워 흥건하면

이내 핏대 세워가며 화투 치는 사람들

화가 오르면

보잘것없는 땅문서로 옥신각신하던 정경

 

일 철 나서면

땟거리 걱정거리 근근이 모면해 보려고

애써 키운 이른 곡물들을 이고 지고

앞서거니 뒤서거니 장터 십여 리 길

해 질 녘에 겨우 몇 푼 손에 쥐고

입가에 미소 친 사람들

 

장터 국밥 한 그릇에 온갖 시름 잊고

달빛 오를 즈음 비탈진 산길 걸어서 초가로 향하던 모습들

 

가난한 삶에 6.25 전쟁 나고

의용군 강제 징집되어 얼마나 고통스러웠을지

가끔 술 한잔 걸치시면 되뇌곤 하셨지

 

땟거리 걱정으로 하루를 살았지만

주막이라는 아지트를 두고

풍류를 즐겼던 세월

 

우리네 형편은 그런대로 나아졌지만

허둥지둥 조급한 마음에 쉼이 필요할 때면

허기 달래시던 주막 같은 아지트가 그립습니다.

 

♤김재진 프로필♤

대한문학세계 시 부문 등단

(사)창작문학예술인협의회 회원

대한문인협회 대전충청지회 정회원

 

♧시 감평/ 시인 박선해♧

시시각각 정년은 다가오고 있다. 아버지의 삶이라는 게 참 착잡하다. 그러다 보니  임실호국원에 계시는 선친을 가끔 찾아 뵙는다. 세상살이에 얼기설기 살아오며 나와 남을 위해 마음을 분출하기도 하고

인내라는 단어로 머리를 식히기도 한다. 최선이라는 명목으로 세상 사는 법을 깨우쳐 가며 사는 인생사다. 가장의 걸음이란 때때로 너털걸음이다. 능청스레 하루가 흘러가기도 한다. 어른이 되어가며 살아 간다지만 어색한 순간순간을 맞닥이기도 하고 늘 족한 일상도 그러하다. 불꽃 튀던 삶도 마음에 행복과 겸허를 떠올려 열기를 식혀 가며 지켜 내는 삶이다. 시인은 일반적인 삶에 공존해가며 마음 담아 선친에 조화도 갈아 드린다. 소주 한잔 헌작하기도 한다. 아련해진 옛 향수에 젖어 오기도 했음을 시로 뜻을 함께 했다. 삶의 터전에서 남은 부분의 기로에서 채워가야 할 무엇들을 위함이다. 주머니속 추억이 한 소끔 잡히겠다. 선친이 안겨다 준 오랜 심장까지 따뜻해 지겠다.

  © 박선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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