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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직지소설문학상대상수상작 [불멸의 꽃] 소설 연재 -58-

고려역사장편소설 [불멸의 꽃] 제58회 챕터18 <한쪽 눈> 제2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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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희(시인 .소설가)
기사입력 2020-02-08

 

 

제2회 직지소설문학상대상수상작 [불멸의 꽃] 소설 연재 -58-

 

▲ 제2회 직지소설문학상 대상수상작 <불멸의 꽃>     ©김명희(시인 .소설가)

 

 

 

 

 

고려역사장편소설 [불멸의 꽃] 제58회

챕터18 <한쪽 눈> 제2화

 

▲ 제2회직지소설문학상대상수상작 <불멸의 똧> 챕터18 간지 표지     ©김명희(시인 .소설가)

 

 

 

 

 

활자장 영감이 그녀에게 지난 일을 들려주기 위해, 고통의 순간들을 천천히 다시 회상했다.

 

3

 

58회->활자장 영감은 금속활자주자실험서를 도둑맞은 후, 한동안 넋을 잃고 시간을 보냈다. 그는 초췌한 몰골로 어수선한 주자소 내부와 작업대 위를 하나하나 제자리에 정리했다. 그는 다음날 최 하 라는 자를 찾기 위해 무작정 길을 나섰다.

 

‘어디로 가서 그자를 찾는단 말인가…….’

 

영감은 그자와 전혀 왕래가 없었던 상태라, 길을 나서고 보니 더 난감했다. 오래전 기억을 떠올려보았다. 영감은 우선 최하의 부친 최 묵이라는 이의 고향인 강원도 양양속현으로 말을 몰았다. 바닷가를 끼고 몇 개의 작은 촌락이 흩어져 있었다. 소나무들이 우거진 작은 해안을 따라가니 최 묵 고향인 조산촌이 나왔다. 영감은 그 마을로 가서 고령 노인들을 찾아 최 묵 아들 최 하 라는 자에 대해 수소문했다. 어르신들은 대부분 이미 세상을 떠나고 얼마 남지 않았다. 야산에서 땔감을 머리에 이고 골목으로 들어온 한 아낙을 만나 나이든 분의 집을 물어 찾아갔다. 노인은 가물거리는 기억을 더듬느라 얼굴 주름이 더욱 자글거렸다. 눈은 이미 희미해져 총기라고는 전혀 없어 보이는 노인이었다. 체구가 작고 마른 그 노인은 이가 다 빠진 초라한 얼굴로 까칠한 수염 몇 가닥을 야윈 턱에 매단 채 오래전 마을 사람들을 기억해 내려 안간힘을 썼다. 오래된 천식으로 노인은 쉼 없이 쿨럭였다. 노인은 혼자 되새김질 하듯 이름을 우물거렸다.

 

“뭬라구? 최 하아……?”

 

“예, 어르신.”

 

“그자는 오래전 죽은 최 묵의 아들이지 아마?”

 

“예, 맞습니다. 그자가 지금 어디 사는지 혹시 아시는지요……?”

 

활자장은 노인 가까이 다가가 들릴 듯 말 듯한 노인의 대답을 기다렸다.

 

“나야 모르지……. 오래전 세상을 떠돌다 온몸에 화상을 입고 죽었다는 소문이 돌긴 했는데……. 가물가물해 몰러.”

 

노인은 작은 체구를 잔뜩 웅크린 채, 핏줄과 깊은 주름이 가득한 가느다란 목을 자라처럼 길게 빼고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노인은 간간히 힘에 겨운 기침을 해댔다.

 

“어르신. 그자를 꼭 찾아야 해서 그럽니다. 혹시 작은 기억이라도…….”

 

“흐으음…….”

 

‘쿨럭! 쿠울럭……! 으음……. 흠…….’

 

“글쎄에……. 기억이 가물거려 당최 생각나는 게 읍서…….”

 

영감은 낙심한 채 그 집을 나와 말을 몰았다. 어디 가서 누굴 찾아 물어야 할지 암담했다. 겨울 바닷바람이 대못이 박힌 송판으로 뺨을 때리듯 따갑게 휘몰아쳤다.

 

‘어쩐다……. 어디 가서 그자의 행방을 찾는단 말인가…….’

 

영감은 해안가 송림으로 난 비좁은 길을 말을 타고 타박타박 걸었다. 저만치 바닷가에서 한 노인이 느리게 마을로 돌아오고 있었다. 노인의 등은 몹시 굽어 상체가 허리보다 낮게 내려와 있었다. 영감은 그 노인에게 다가갔다.

 

“저……. 어르신. 말씀 좀 여쭙겠습니다.”

 

“……. 뭐요?”

 

노인은 귀가 어두워 목청을 높였다.

 

“혹시 오래전 이곳에 사셨던 최 묵이라는 분의 자제인 최 하 라는 이를 아시는지요?”

 

“그건 왜 물우? 그 자를 알우?”

 

“예. 어르신도 그를 아시는군요?”

 

“흠……. 오래전 죽은 우리 둘째 아들과 친구였지…….”

 

“아, 네. 그럼 혹시 그자가 지금 어디 사는지 어르신 아세요?”

 

노인은 바닷바람에 섞여 귀가 어두운지 목소리를 높여 되물었다.

 

“뭐라구……?”

 

“최가요. 최 하 라는 자가 지금 어디 사는지 어르신 혹시 아시나해서요.”

 

“몰러. 경상도 어디라던데……. 문갱인가 어딘가 산다 했지 아마……. 그거 밖에 난 몰러.”

 

“오래전 거기어디 산다는 말은 들은 거 같어. 그런데 하두 오래되 놔서…….”

 

“아 예. 그럼 경상도 문경 어디라 하던가요? 어르신 혹시 기억나는 게 있으신지요?”

 

노인이 귀를 바짝 들이댔다.

 

“뭐라구……?”

 

“최 하 말입니다. 문경 어디에 산다 하던가요?”

 

“글쎄. 하두 오래된 일이라서 말여. 오래전 그 자가 여기 다녀가긴 했지. 그 때…… 문경 어디 산 아래 마을서 왔다 현거 같은데……. 주헐산인가, 주을산인가…….”

 

희미한 기억을 꺼내느라 노인은 고개를 주억거렸다.

 

“주흘산요? 있어요! 문경에 주흘산이라고 있습니다.”

 

“그려? 있어……? 그럼 맞구먼. 거기어디 살고 있다 혔으니 그리 가보슈.”

 

영감은 경상도 문경의 주흘산까지 물어물어 찾아 갔다.

 

4

 

그자는 주흘산 아래 작은 촌락에서 외따로 떨어진 야산 자락에 초라한 움막을 짓고 살고 있었다. 움막 가까이 다가가니 한켠에는 검은 무쇠 솥이,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한 엉성한 아궁이 위에 위태롭게 걸려있었다. 낡은 처마아래서 한 사내가 커다란 개를 목 메달아 잡고 있었다. 개는 이미 목숨이 다했는지 축 늘어져 있었다. 입을 신경질적으로 실룩거리며 사내가 장작불로 죽은 개털을 끄슬렀다. 사내의 얼굴은 산발한 머리에 가려 잘 보이지 않았다. 개털이 타면서 풍기는 노린내가 역겹게 영감을 덮쳐왔다. 움막은 당장이라도 주저앉을 듯 위태롭고 을씨년스러웠다.

 

“잠시 말 좀 물읍시다. 여기 혹시……. 최하라는 자가 살고 있소?”

 

영감이, 죽은 개를 끄스르는 사내를 향해 조심스럽게 물었다.

 

“…….”

 

대답대신 영감의 위아래를 째리는 사내. 그가 축 늘어진 개를 장작불로 거칠게 지져대다가 못마땅한 눈으로 느리게 대답했다.

 

“……. 들어가 보믄 알 거 아뉴?”

 

최하의 집이 맞는 모양이었다. 영감은 천천히 말에서 내려 움막 입구로 다가갔다. 거적때기 같은 것이 드리워진 입구를 들추자 안에는 낡은 화로가 먼저 보였다. 화로에서는 벌건 숯불이 활활 타올랐다. 저 안쪽에 산적 같은 행색을 한 사내가 이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화로에서는 ‘따다닥’ 소리를 내며 불길이 솟다가 이내 잠잠했다. 그 때문인지 안은 생각보다 제법 훈훈했다.

 

“어이구. 킬킬킬, 이게 뉘슈……? 으흐흐흐……·. 유명하고 유능하고 아주 고매하신 그 영감님 아니슈? 안 그래도 오실 줄 알고 있었쉐다.”

 

최하가 거기 서 있었다. 오래전 심한 화상을 입었다던 그자의 얼굴은 정말 끔찍했다. 한쪽 얼굴은 아예 형체가 없이 일그러져 있었다. 위아래 눈까풀은 거의 붙어버렸고, 목덜미로부터 한쪽 어깨까지 몸의 윤곽이 거의 없이 밀가루 반죽처럼 들러붙어있었다. 옷깃 사이로 보이는 가슴께도 살같이 마구 들러붙은 것을 보면 거의 몸 반쪽은 모두 화상으로 일그러진 듯 했다. 그 자가 지푸라기를 질겅질겅 씹어대며 영감을 향해 애꾸눈을 째리며 비아냥거렸다. 개를 태우는 노린내와 그자의 교활한 웃음이 한데 모아져 영감은 속이 심하게 메슥거렸다.

 

“…….”

 

“킬킬킬. 야! 망이야 거 일루 갖고 와!”

 

그 자가 소름끼치게 웃으며 밖을 향해 소리쳤다. 망이가 대답이 없자 최하가 더 큰소리로 불렀다.

 

“아 씨발! 야! 그거 빨랑 가져오라구!”

 

방금 움막 밖에서 개를 잡던 그 사내가 들어왔다. 봉두난발을 한 망이라는 자가 영감의 주자소에 보관했던 그 활자주자실험서를 들고 들어와 최하와 영감 앞에 내던졌다. 서책은 겉장이 찢어진 채 마구 구겨져 있었다.

 

“혹시, 이 것 때문에 먼 예까지 오셨수? 음힛히히…….”

 

“자네한텐 미안하지만……. 그 서책은 내게 돌려줘야겠네……. 그걸 찾으러 왔네.”

 

“이런, 니미럴! 이 책이 왜 영감거야! 어? 누구 맘대루 이 책이 영감 거냐구! 음힛히히.”

 

그 자는 허리춤에서 벌겋게 녹이 슨 식칼을 꺼내 허벅지에 쓱쓱 문지르며 영감을 노려봤다. 식칼은 엉성하게 이가 빠져 더욱 섬뜩했다. 영감은 그 자리에 서 있기가 불편했다. 망이라는 자의 얼굴도 만만치 않아보였다. 역병에 걸렸었는지 그의 얼굴은 전체가 얽었고 울퉁불퉁 심한 곰보였다. 얼굴이 온통 일그러지도록 과장되게 웃어대는 최하는 아수라와 흡사했다. 불교 전설 속에 나오는, 아수라. 싸움을 일삼는 무서운 귀신 아수라. 얼굴이 셋이고 팔이 여섯인 아수라가 아마 저런 소리로 웃고 상대를 저렇게 노려보지 않을까 싶었다. 영감은 그들을 보며 가능한 빨리 그곳을 벗어나고 싶은 마음 간절했다.

 

“이보게. 나는 자네와 다투려 이 먼 곳까지 온 게 아니네. 분명히 말하지만 그 서책은 내 조부와 선친께서 내게 남긴 것이고. 자네의 선친 최자 묵자를 쓰시던 분의 서책은 그분의 과실로 오래전 분실했음을 자네도 잘 알지 않는가? 정히 그 서책이 필요하다면 필사본을 줄 수는 있네만 본서를 줄 수는 없네. 이는 내 조부와 선친께 후손으로서 내 도리가 아닐.”

 

‘쾅!’

 

그가 갑자기 곁에 있던 낡은 나무교탁위에 녹슨 식칼을 사납게 내리꽂았다.

 

“젠장! 거 개나발 같은 소리 집어 치슈! 니미럴! 못주겠다면? 어? 내가 책을 못주겠다면?”

 

‘큼! 쿠웨엑! 퉤!’

 

최하가 신경질 적으로 바닥에 가래침을 뱉았다. 그는 눈알을 희번덕거리며 영감 얼굴 가까이 자신의 얼굴을 들이밀었다. 끔찍했다.

 

그러더니 화로로 다가가 부젓가락으로 애꿎은 숯불을 신경질적으로 쑤셔댔다. 희부연 재가 날려 바닥으로 떨어졌다. 화로 한쪽에는 인두처럼 보이는 것이 불 속에 깊이 꽂혀있었다. 망이라는 사내가 개의 허파와 간을 맨손에 움켜쥐고 움막 안으로 들어왔다. 잠깐 동안, 망이의 쭉 째진 눈이 영감의 눈과 마주쳤다. 피비린내와 함께 그의 손에 들려있던 개의 내장에서 붉은 핏물이 뚝뚝 떨어졌다. 망이라 불리는 자가 핏물이 흥건한 손으로 인두를 불속에서 뽑아 화로위로 가로질러 놓고 그 위에 방금 꺼내온 개의 내장을 걸쳐 올렸다.

 

‘치지익……!’

 

붉게 달궈졌던 인두위에 걸쳐놓은 개의 허파와 생간이 타들어가는 냄새가 움막 가득 꿈틀거렸다. 최하가 부젓가락으로 인두 위 개의 내장을 이리저리 뒤집으며 영감을 힐끗 돌아봤다.

 

“난, 말이유. 이 비법서를 명나라에 돈 받고 넘길 거유. 내가 돈이 좀 필요해서 말유. 어차피 그 서책은 오래전 주조법을 연구했을 때 내 조부도 가담했었으니 반쯤의 지분은 내거 아뇨? 그동안 오래도록 영감이 그 서책을 혼자 끼고 살았으니 그만하면 영감 지분은 충분히 끝났구. 사흘 후 명나라에서 사신들이 들어오면 거간꾼들을 거쳐 내가 잔금 받고 건네주기로 이미 다 약조 했수다! 물론 선금두 이미 받았수. 킬킬킬. 우리 피차 쌓인 거 풀자면 누구 하난 피를 봐야 할 테니, 입 아프게 말 길게 하지 말구 이만 돌아 가슈. 헛걸음해서 안 됐시다…….”

 

“이보게! 그건 아니 되네! 

 

 

 

 

 

 

-> 다음 주 토요일 ( 2/15) 밤, 59회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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