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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직지소설문학상대상수상작 [불멸의 꽃] 소설 연재 -57-

고려역사장편소설 [불멸의 꽃] 제57회 챕터18 <한쪽 눈> 제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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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희(시인 .소설가)
기사입력 2020-02-01

 

 제2회 직지소설문학상대상수상작 [불멸의 꽃] 소설 연재 -57-

 

 

▲ 제2회 직지소설문학상 대상수상작 <불멸의 꽃>     ©김명희(시인 .소설가)

 

 

 

고려역사장편소설 [불멸의 꽃] 제57회

챕터18 <한쪽 눈 > 제1화

 

 

▲ 제2회직지소설문학상대상수상작 <불멸의 똧> 챕터18 간지 표지  © 김명희(시인 .소설가)



 

“영감님. 그럼 장차 어쩌실 참이신가요? 그 서책을 다시 찾을 방도는 없나요?”

 

“글쎄요……. 저야 뭐, 아씨와 약조한 주자작업만 아니면 아무 미련도 이젠 없소이다만. 아씨가 이번 생애에 반드시 이루셔야할 대업이라 하셨고. 또한 제가 아씨께 그 일을 도와 드리기로 약조를 했으니 방도를 찾아봐야 안 되겠소……? 한 가지 안타까운 것은……. 그간 주조에 대해 경험이 거의 없었던 상태라면, 그 서책을 가져갔다 해도 그 서책에만 의지해 이룰 수 있는 것은 전혀 없소……. 서책이 있어봐야 무용지물이라는 뜻이외다. 그자가 과연 그 비법서로 무엇을 하려는 것인지 그자가 주조법을 그동안 쉬지 않고 심도 있게 연구해보기나 했는지……. 설마 그 서책을 다른 이에게 웃돈을 받고 넘길 속셈인지……. 만약 그 서책이 원나라로 넘어가기라도 한다면 정말 큰 걱정이외다. 허나 지금은 아무것도 알 수가 없으니 답답할 노릇이오. 아씨는 우선 사저로 돌아가 계시오. 부처님 뜻이 있는 곳에 길 또한 있을 것이오. 나 역시 지금으로서는 장담 할 수 있는 것이 전혀 없으니 아씨께 미안할 뿐이라오. 내가 상황을 알아보고 아씨 댁으로 사람을 보내겠소…….”

 

“예. 그럼…….”

 

묘덕은 무거운 마음으로 거리로 나와 하염없이 걸었다. 그러다 갑자기 영감의 말이 뇌리를 스쳤다.

 

‘부처님 뜻이 있는 곳에 길 또한 있을 것이오…….’

 

그녀는 이른 시간이었지만 그길로 선원사로 향했다. 백운의 제자인 석찬은 묘덕의 일그러진 얼굴을 보고 백짓장처럼 하얗게 변했다.

 

“아니. 어쩌시다가! 하아…… 그 곱던 모습이 어찌. 아효, 그간 고생이 여간아니셨나봅니다.”

 

그녀 얼굴을 본 석찬은 몹시 당황하며 괴로워했다.

 

“제 몰골이 보시기 무척 흉하지요……?”

 

그녀는 괴물처럼 흉측하게 변한 자신의 얼굴을 들 수 없어 말없이 고개를 돌렸다.

 

“아니, 어쩌다 이리 되셨습니까? 한참 전에 신광사에 머물던 백운스님이 꿈자리가 사납다 시며 보살님 걱정을 참 많이 하셨습니다. 그래서 급히 아씨의 사저로 달잠스님을 보내셨었는데……. 아씨는 성안에 출타중이라 하셔서 돌아왔습니다. 그 소식은 들으셨는지요?”

 

“네, 금비에게 나중에 전해 들었습니다. 사실 그 때 제가 의식을 잃고 사경을 헤매던 때였습니다. 그래서 금비가 아마도 백운화상스님 걱정하실까봐 그리 둘러댄 듯하옵니다…….”

 

“그러셨군요.”

 

“그래, 지금 건강은 어떠신가요?”

 

“지금은 보시다시피 아주 좋아졌습니다. 얼굴에 화상 흉터가 남은 것만 빼면 저는 더 없이 행복합니다. 이만한 것도 부처님 은덕이지요.”

 

신광사 주지로 있던 백운은 어느 새 선원사로 다시 왔지만 마침 그날은 백운이 멀리 나가 있어 묘덕은 만나지 못했다. 그녀는 차라리 다행이라 여겼다. 자신의 흉측한 모습을 보여드릴 자신이 없었다. 그녀는 잃어버린 비법서가 문득 생각났다. 묘덕은 부처님 전에 기도를 드리는 것 외엔 달리 어떤 길도 보이지 않았다. 묘덕은 법당에 들어가 고요히 기도를 올리고 이내 집으로 돌아왔다. 그녀는 집으로 돌아와 남은 재산을 하나 둘 정리하기 시작했다. 만약 그 비법서를 영원히 못 찾아 비용이 더 허비된다 하더라도 주자는 어떻게든 완성해야만 했다.

 

 

 

 

 

< 18. 한쪽 눈 >

 

1

 

그녀는 시간이 될 때마다 백운화상을 찾아갔다. 백운은 처음 그녀의 처참하게 일그러진 얼굴을 보고 한참동안 오열했다. 그녀는 단지 사소한 사고였다고 둘러댈 뿐 자세한 말은 덮어두었다. 백운은 그녀의 얼굴 상처에 대한 충격으로, 한동안 거리로 나가 주유하지 않았다. 묘덕을 위해 부처님 전에 오래 불공을 드렸다. 묘덕은 그 후 이전의 그녀가 아닌 불자로서 진정한 마음으로 백운화상을 가까이에서 모셨다. 어느새 백운화상과 묘덕은 예전과 달리 많이 평상심을 찾고 있었다. 그러다가도 그녀가 문득문득 지난날들의 못 다한 사랑에 눈물 흘리면 백운화상은 묵묵히 묘덕을 부처님 가르침으로 그녀를 위로하고 깨우침에 더욱 다가가게 해 주었다.

 

1351년. 묘덕의 나이 31세가 되었고 백운화상은 52세가 되었다. 백운화상은 오래전 스승에게 받은 책을 다시금 살펴보았다. 백운화상이 석옥청공선사가 직접 저술한 ‘불조직지심체요절’ 1권을 정표로 받은 것을 섬세하게 읽다보니 내용이 너무 소략하다고 느꼈다. 그는 다시 잠시 동안 신광사로 들어갔다. 그곳에서 백운은 쉰이 넘은 나이에 하나하나 부족한 내용을 증보하기 시작했다. 묘덕은 백운화상과 재회 후 백운화상을 스승으로 극진히 모셨다. 그를 따라서 부처님 말씀을 선포하며 두루 다녔다.

 

묘덕은 주자소에 가끔 가보았다. 그러나 매번 문은 굳게 닫혀있었다. 영감도, 잃어버린 서책도, 오리무중인 채 세월만 흘러갔다. 공민왕은 원나라에 다녀온 고려의 신하 최영 유탁 등의 보고로 원나라를 이미 점령하기 시작한 명나라와 친교를 맺어야 하지 않나 고심했다. 묘덕의 나이 36세가 되었고 백운화상은 57세가 되었다. 공민왕은 원 황실과 인척관계를 맺은 세도가 일파를 숙청했다. 백 년 동안 존속되어 오던 원의 쌍성총관부를 폐지하고 원에게 빼앗겼던 고려의 모든 영토를 수복하였다. 오랜 기아와 왜침에 지친 백성들은 그제야 새로운 희망을 갖고 한시름 놓으며 생업에 종사하기 시작했다. 산속으로 숨어들었던 산적들도 많은 기대를 안고 마을로 다시 돌아오기도 했다.

 

묘덕은 또 다시 주자소의 최영감을 찾아갔다. 여전히 그곳은 굳게 닫혀있었다. 영감에게서는 아무런 소식도 들려오지 않았다. 그녀는 해가 바뀌어도 영감과 잃어버린 서책에 대한 소식이 없자 갈수록 마음이 무거웠다. 그녀는 부처님께 모든 것을 맡기는 것만이 길이라 여겼다. 공민왕 7년에 묘덕은 출가를 하기로 굳게 마음먹었다. 그녀는 신광사로 백운화상을 찾아갔다.

 

“스님. 이제는 저도 부처님 전으로 출가 하올까 합니다. 허락해 주시옵소서.”

 

“…….”

 

백운화상은 다만 그윽하게 한동안 조용히 그녀를 바라보았다. 그녀의 흉 진 얼굴이 그날따라 더욱 초라하고 쓸쓸해보였다. 묘덕의 모습은 오래전 보다 훨씬 더 수척했다. 그녀는 창백한 얼굴로 고개를 숙이고 손끝만 내려다보았다. 백운화상이 입을 열었다.

 

“보살님. 그리하시겠다니 잘 알겠습니다. 부처님도 바라는 바이실 것입니다. 그럼 언제가 좋겠습니까?”

 

“스님께서 택일 하여주시면 따르겠나이다.”

 

“음……. 알겠습니다. 그럼 그리 알고 소승이 준비하지요.”

 

묘덕이 사저로 돌아와 보니 활자장 최영감이 와달라는 전갈이 와있었다.

 

2

 

묘덕은 아침이 되자 한달음에 주자소로 달려갔다. 묘덕이 들어가자 영감의 뒷모습이 보였다. 영감은 거처실 의자에 앉아 있었다.

 

“영감님.”

 

“아씨. 어서 오시오. 기다리고 있었소…….”

 

영감은 등 돌리고 앉은 채 차분히 대답했다.

 

“영감님 잃어버린 서책은 되찾으셨어요? 왜 오랜 동안 주자소 문을 닫으셨어요? 저 그동안 여러 번 이곳에 다녀갔어요.”

 

그녀는 반갑게 영감의 맞은편 의자에 다가가 앉으며 말을 이었다.

 

“영감님, 왜 아무말씀이……. 영감님! 영감님! 얼굴이 왜 이래요? 네? 영감님, 저 좀 보셔요……! 대체 이게 어찌된 일이에요? 아……. 흐흐흑! 안 돼요……. 이럴 순 없어요……. 으으흐흑! 대체 누가 이랬어요! 대체 누구예요? 누구 짓이냐고요? 예? 아하……. 흐흐흑! 영감님…….”

 

활자장 최영감의 얼굴을 마주 한 묘덕은 그야말로 충격이었다. 너무 놀란 나머지 그녀는 의자에서 떨어질 뻔 했다. 너무도 충격적인 활자장 최영감의 모습에, 그녀는 눈물이 앞을 가리고 목이 메어 말조차 나오지 않았다. 묘덕은 자신도 모르게 활자장 최영감의 얼굴을 부둥켜안았다.

 

“영감님……. 흐흐흑! 대체 어느 누가 이랬어요? 네? 그 어떤 놈이 영감님을 이 꼴로 만들었냐고요! 흐흐……흑! 저 때문이에요? 그 서책 때문에요? 제가 부탁드린 그 활자주조법 때문에 이지경이 되신 거냐고요! 제발 무슨 말씀이라도 좀 해보세요! 영감님! 아흐흑……! 어쩌면 좋아요……! 그깟 금속활자가 다 무엇이기에요……! 왜 이렇게 되셨어요! 왜요! 왜! 흐흑! 아흑……!”

 

활자장 최영감의 모습은 그야말로 참혹했다. 그의 눈은 천으로 감겨있었다. 그에게 유일하게 남아있었던 눈 하나가 핏물이 찌든 채 헝겊에 덮여 있었다. 영감의 눈을 싸맨 천에 검붉은 핏물이 흥건했다. 그런 모습으로 도둑맞았던 그 서책을 품에 꼭 안고 고통을 삼키며 앉아 있었다. 이제는 두 눈 다 앞을 볼 수 없는 지경이 되어 있었다.

 

“대체 왜, 왜……! 왜 그러셨냐구요? 흐흑! 누가 영감님을 이 지경으로 만들었냐고요! 대체 누가요……! 제발 뭐라 말씀 좀 해보세요. 제발요……! 흐흐흑!”

 

“허허허, 아씨……. 왜 이리 호들갑이시오? 나는 괜찮소이다. 자 이 비법서를 다시 되찾았으니 어서 주자를 마저 완성해야 되지 않겠소? 허나 이제 나는 양쪽 눈이 모두 병신이 되었으니 어쩌면 좋소……. 아씨가 나대신 내 눈이 되어주셔야만 하겠소이다……. 허허허.”

 

“영감님……. 흐흐흑!”

 

“아씨. 왜 우시오. 아씨와 내가 서로 약속하고 계획했던 그 뜻을 이룰 기쁜 일만 남았는데……. 좋은 일을 앞두고 우시는 것은 당치 않소이다. 그리고 아씨……. 사실 이 서책은 우리 고려에 단 하나 남은 비법서요. 내 선친의 유산이기도 했고……. 또 한 아씨의 꿈을 이룰 유일한 발판이 되어 줄 거요……. 이만 하면, 죽으면 벌레가 파먹고 썩어 없어질 내 눈 하나와 충분히 바꿀 만한 값어치가 있지 않소? 허허허.”

 

묘덕은 한참 후 진정하고 영감께 자초지종을 물었다. 활자장 영감이 그녀에게 지난 일을 들려주기 위해, 고통의 순간들을 천천히 다시 회상했다. 

 

 

 

 

 

 

-> 다음 주 토요일 ( 2/8) 밤, 58회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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