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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직지소설문학상 대상수상작 [불멸의 꽃] 소설 연재 -51-

고려역사장편소설 [불멸의 꽃] 제51회-챕터16 <토복령과 남태령 산적들> 제3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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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희(시인 .소설가)
기사입력 2019-12-21

 

제2회 직지소설문학상 대상수상작 [불멸의 꽃] 소설 연재 -51-

 

▲ 제2회 직지소설문학상 대상 수상작 <불멸의 꽃>     ©김명희(시인 .소설가)

 

 

 

고려역사장편소설 [불멸의 꽃] 제51회

챕터16 <토복령과 남태령 산적들> 제3화

▲ 제2회 직지소설문학상대상수상작 <불멸의 꽃> 챕터16간지     ©김명희(시인 .소설가)

 

 

 

흐음……. 지금 환자의 증세는 둘 중 하나일 것이오. 첫째는 이젠 정말 가망이 없어 저러는 것 하나와. 명현현상일 수 있다는 것이 그 하나요만……. 지금까지 봐서는 명현현상으로 보기는 너무 가능성이 희박하다는 것이오. 모두 알다시피 그 소량의 토복령으로 저토록 빨리 명현현상이 올 수야 없지 않소……? 그건 불가능한 일이요. 그렇다면, 전자일 가능성이 매우 높다는 것인데…….”

의원나리. 명현현상이라면……?”

그렇소. 소량이라도 어쨌거나 환자의 몸속에 토복령 탕약이 들어가니 환자 몸에서 반응을 보이는 것일 수 있지만……. 흐으음……. 글쎄올시다……. 제가 볼 때는, 안타깝지만 명현현상 같진 않소이다……. 명현현상으로 보긴 어렵소. 우선 지금으로선 다른 방법이 없소. 토복령을 며칠 더 드시게 해 보시오. 환자에게 해가 되는 약은 아니니, 그것을 장복하다보면 또 다른 반응이 있을 것이오. 그 때가봐야 정확히 판명이 날 것 같소이다. 답답한 일이지만, 의원인 나도 지금은 달리 방법이 없으니 딱히 해 줄 말이 없소이다…….”

금비야, 토복령이 얼마나 남았더냐?”

없습니다요. 영감님이 구해다 주신 것은 오늘 아침에 마저 드시고 없습죠…….”

이거야 원!”

흐으음. 지금 계절상 토복령은 거의 바닥 날 때요. 우리 의원에도 그 약재는 이미 다 쓰고 없소이다. 쇳물을 다루는 이들 외에는 워낙 잘 찾지 않는 약이고 그나마도 겨울이면 남은 거 팔고 끝나는 시기라……. 나도 좀 수소문은 해보겠소……. 그전에 가끔 보면 무기를 만드는 군비조성도감에는 그 약재가 상비약으로 소량씩 남아있는 경우가 있었소. 내가 한번 사람을 통해 알아보겠소. 구하면 바로 보내줄 터이니 며칠 더 환자를 먹여보시오. 그러고 나서 증세를 보면 그것이 명현현상인지 최악의 상황인지 확연히 갈릴 것이오. 허나 당장 오늘 밤에라도 환자에게 큰일이 닥칠 수 있다는 것도 각오해야 할 게요. 우리는 그저 지켜볼 뿐 도리가 없소이다…….”

의원은 돌아갔다. 오후에 의원이 보낸 사람이 다녀갔다. 그나마 군기조성도감에 남아있던 토복령 일부를 구해서 보내주었다. 금비는 열심히 탕약을 달여 사경을 헤매는 아씨에게 정성껏 먹였다. 영감은 토복령을 구하러 먼 길을 급히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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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무엇도 장담할 수 없는 암흑의 시간들이 불길하게 흘러갔다. 묘덕의 입에는 그 후로도 계속 입에 재갈이 물려있었다. 심한 경련으로 언제 혀를 깨물거나, 혀가 안으로 말려들어 숨구멍을 막을지 모르는 위중한 상황이었다. 금비는 실낱같은 희망을 붙들고 벼랑 끝에 서서 생사를 건 싸움을 아씨와 함께 하루하루 이어갔다. 전라도로 급히 말을 타고 달려간 영감은 곳곳을 찾아다니며 토복령을 알아보았다. 그러나 그곳도 사정은 같았다. 물어물어 남으로 내려가다 보니 어느새 해남진까지 내려갔다. 바다와 육지가 마주한 땅 끝이었다. 그곳에는 갈두산 이라는 작은 야산이 있었다. 갈두산은 해마다 봄여름이면 토복령 채취 작업으로 야산전체가 인산인해를 이루는 곳이라 했다. 영감은 기대에 찬 마음으로, 그곳에서 약재 도소매를 평생 했다는 노인을 찾아갔다.

글쎄 여긴 남은 게 읍당깨라. 매년 여름에 채취해 썰어 바닷가에 널어 말려 가꼬 전량 조정 군비조성도감으로 올려 보내지고 나면 이곳은 그것으로 손을 털지라. 그나마 일부 남는 거이 초봄과 초가을에 약재상들이 가져가 불믄 모두 끝나 불고 읍어라. , 대장장이 집에 식칼이 읍단 소리 못 들어 봤소? 지금이 딱 그 형국 이랑께요. 우짠 때는 산지가 더 읍는 벱여라. 그나저나 우째야쓰까잉? 하필 겁나게 추울 때 먼 길 와부렀구마는…… 약재가 읍어붕게로……. 거참, 짠해 못 보겄소. 그나마 오늘부터 사나흘 날씨가 풀린당께 더 늦기 전에 고생 그만 혀불고 싸게 돌아가쇼잉.”

영감은 눈앞이 캄캄했다. 어느 곳을 찾아가도 묘덕아씨를 살릴 길은 점점 더 멀어져갔다. 사경을 헤매고 있을 아씨모습이 영감의 뇌리에서 떠나질 않았다.

, 낭패로다. 아씨는 지금 무사하실까……? 이 일을 장차 어찌해야 좋단 말인가? 단 하루라도 빨리 약재를 구해 개경으로 돌아가야 할 터인데……. 이 먼 산지에서도 약재를 구할 수 없으니…….’

 

금비는 아침에 일어나 습관처럼 머리맡 아씨를 살폈다. 손가락을 가져가 묘덕의 코에도 대보았다.

아씨……. 좀 어떠.”

금비가 아씨를 본 순간 기겁했다.

아이구 아씨! 아씨!”

묘덕의 몸에서 또 다시 밤새 시뻘건 혈뇨가 흘러나와 있었다. 그녀의 아랫도리와 요에 붉은 핏물이 흥건했다. 벌써 세 번째였다.

아효, 맙소사……. 정말 보통일이 아니네. 아씨. 정신 좀 차려보세요. 제발요.”

묘덕은 여전히 의식이 없었다. 한쪽 얼굴은 흉하게 일그러진 채 식물인간처럼 누워만 있었다.

 

그날 아침 해남진 땅 끝 바닷가에서 영감은 더 이상 갈 곳을 잃고 서성였다. 개경에서 먼 길을 한시도 쉬지 않고 말을 달려 온 영감은 초췌하기 이를 게 없었다. 입술은 찬바람에 트고 갈라져 피가 흘렀다. 영감의 이마와 콧등은 동상에 걸려 푸르스름했고 허물이 벗겨져 까칠하게 각질이 일었다. 왼쪽에 갈두산이 야산처럼 야트막한 능선으로 누워있었다. 그곳에서 자생하는 명감나무 뿌리인 토복령이 해마다 조정으로 보내지고 있었지만 지금은 없었다. 영감은 눈 쌓인 그 산을 멍하니 바라보다 이런저런 생각을 하며 터덜터덜 걸었다. 겨울바닷바람이 세차게 불어와 갈두산에 을씨년스럽게 서 있는 명감나무들이 바싹 언 채 몸을 파르르 떨었다. 아까 노인의 말대로 날씨는 아침보다 한결 푸근했다. 나뭇가지 끝에 매달린 얼음송이가 녹아 물방울이 조금씩 흘러내렸다. 영감이 오솔길로 들어서자 발밑 눈들도 제법 부드러웠다. 영감은 야산을 돌아보았다. 갈잎처럼 바스락거리는 이파리들이 한두 개씩 눈에 띄었다. 그것들 가까이 다가가 보았다.

아니! 이것은……! 명감나무 잎이 아닌가! 있구나! 그래도 아직 나뭇가지에 몇 잎이 남아 있다! 내가 왜 이 생각을 못했을까……!’

영감은 명감나무 잎을 보자 눈이 번쩍 빛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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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감은 산을 내려가 마을로 급히 달려갔다.

곡괭이 달라혔소? 옴마, 지금은 땅이 급나게 얼어붙어 못 캘 거인디요……. 거그다 맹감나무는 암수가 따로 있당께요. 그거이 구분하는 벱은 아요?

어르신, 명감나무의 암수가 따로 있다고요?”

암만요, 암수가 따로 있어 가꼬 잘 보고 캐야 허지라. 암나무의 뿌리가 토복령이 되는 거이요. 수나무는 겁나게 캐봐야 약효도 음꼬. 뿌리도 가늘고 못 쓰지라. 시방은 잎이 다 져부러 구분 못 헐 거인디. 그렇다구 저 산을 다 헤집을 수도 음꼬. 혀봐야 헛일이구마이라.”

알겠습니다. 제가 가서 어떻게든 좀 캐보겠습니다.”

쯧쯧쯧, 이 엄동설한에 고거이 마음만 가꼬 구해지는 거이 아닌디……. 땅이 차돌멩키로 깡깡 얼어가꼬 캐질랑가 몰것소. 그럼, 그라쇼.”  

 

 

 

 

-> 다음 주 토요일(12/ 28) 밤, 52회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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