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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직지소설문학상 대상수상작 [불멸의 꽃] 소설 연재 -40-

고려역사장편소설 [불멸의 꽃]<제40회>-챕터12 <밀랍을 찾아서> 제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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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희(시인 .소설가)
기사입력 2019-10-04

 

 

 제2회 직지소설문학상 대상수상작 [불멸의 꽃] 소설 연재 -40-

▲ 제2회 직지소설문학상 대상 수상작 <불멸의 꽃>     © 김명희(시인 .소설가)

 

 

 

고려역사장편소설 [불멸의 꽃] 제40회

 챕터12 <밀랍을 찾아서> 제1화

 

▲ 제2회 직지소설문학상 <불멸의 꽃> 챕터12 간지     © 김명희(시인 .소설가)

 

 

 

“아씨…… 많이 수척해지셨소. 그 사이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이오?”

 

“영감님, 아닙니다. 남원속현과 부안진에서 가져온 도토 여기 있습니다.”

 

“애쓰셨소! 이번에는 탈 없이 잘 되어야 할 터인데…….”

 

 

< 12. 밀랍을 찾아서 >

 

1

 

원나라 유학길에서 돌아온 백운화상의 얼굴에는 서기가 드리워졌다. 그의 명성은 가히 대단했다. 스님의 등배에서 신비로운 광채가 빛났다. 눈에는 고요와 자비로 가득한 부처님의 미소가 넘쳐흘렀다. 이후 그는 온 세상을 두루 돌아 불법을 설파하며 힘겨운 중생들을 구제하는 사역에 전념했다. 백운화상의 무념무상 설법은 곳곳으로 소문이 되어 퍼져나갔다. 세간에서는 백운화상의 선법을 무심선이라 불렀다. 그는 고려로 돌아와 충목왕의 왕명을 받아 나라의 기우제를 주도하기도 했다. 그의 명성은 하루가 다르게 고려 안팎으로 퍼져나갔다. 그가 말하는 불법과 그가 말한 어록은 가는 곳마다 엄청나게 화제가 되었고 가는 곳마다 인산인해를 이루었다. 세간의 모든 이들의 주목을 받았고 목활자로 수없이 간행되었지만 매번 턱 없이 모자랐다. 백운화상은 조주의 무자와 부모미생전본래면목과 만법귀일을 강조하면서 화두를 무심으로 들도록 중생들을 이끌었다. 고려로 돌아온 백운화상은 태고보우의 추천으로 공민왕의 부름까지 받았지만 그는 모두 사양했다. 후에 다시 나옹혜근의 천거로 공민왕의 부름에 응하여 그는 한동안 신광사에 머물며 주석하게 되었다. 그곳에 머물면서 석옥청공선사가 보내준 경문에 모자라는 내용들을 꼼꼼히 기록했고 틈틈이 대중 앞에 섰다. 가는 곳마다 백운화상을 만나려는 신도들이 바닷가 모래알처럼 몰려들었다. 묘덕은 우연히 야단법석에 찾아가 백운화상의 높으신 설법을 듣고 깜짝 놀랐다. 백운화상이 해주 신광사에 머물던 어느 날이었다. 백운은 산문에 이르러 주장자를 치켜들고 다음과 같이 또 말했다.

 

“보십시오. 온 대지가 다 해탈문입니다.

 

그러니 그 곳에 들어가고 들어가 내부가 없는 곳에 들어가고,

 

그 곳으로부터 나오고 나와서 밖이 없는 곳까지 벗어나는 것입니다.

 
이러한 경지에 이르러

 

어떤 것을 삼문의 중문이라 하고, 어떤 것을 주방과 창고라 하며,

 

어떤 것을 승이라 하고 속이라 하겠습니까. 자 말해 보시오.

 

무엇 때문에 이와 같이 되었습니까.

 

고인이 다음과 같이 말한 것을 들어보지 못했습니까.

 

‘제아무리 넓다 해도 밖이 없고, 제아무리 고요하다 해도 내부가 없습니다.

 

그리고 적나라하고 적쇄쇄하여 손잡을 곳조차 없습니다.

 

나무관세음보살! 부디 성불하십시오.”

 
백운화상은 주장자를 한 번 내려치고는 할을 한 번 외치고 산문으로 들어갔다. 그가 주장자를 치켜들어 보광명전을 가리키더니 대중을 불러 다음과 같이 또 말했다.

 

“아까 전에 산승이 삼문에 이르러서

 

‘온 대지가 다 법신이다 고 하였습니다.

 

그렇게 말한 것은 불법을 지해(知解)로 말한 것입니다.

 
그러나 지금은 그와 다릅니다.

 

곧 보광명전을 보고는 다만 보광명전이라 하고

 

주장자를 보고는 다만 주장자라 하며,

 

이것은 그저 유나의 방이고 저것은 그저 전좌의 방이며,

 

산은 그대로 산이고 물은 그대로 물이며,

 

승은 그저 승이고 속은 그저 속이라 할 뿐입니다. 할!

 

자 말해 보시오.

 

이 노승이 무슨 도리에서 곧 그와 같이 말하고 있겠는가를.

 

잘들 알겠습니까. 만약 모르겠거든 저 허공에 아주 높은 곳이 있으니

 

노승이 거기에 올라가서 그대들을 위해 설해 드리리다.

 

나무관세음보살! 부디 성불하십시오.”

 
백운화상은 주장자를 내던지고 소매를 떨치고는 모두 깨우치라고 할! 을 외쳤다. 그리고 선방으로 들어가 침묵했다. 언제 왔는지 이색과 성사달이 묘덕의 곁에서 백운화상의 설법을 듣고 고개를 깊이 끄덕이고 있었다. 목은이색과 성사달은 군중 속에서 묘덕과 눈이 마주치자 반갑게 서로를 알아보고 다가왔다.

 

“성사달나리. 그간 안녕하셨는지요? 얼마 전에 문과급제 하셨지요? 한림사성이 되신 것을 감축 드리옵니다. 목은 이생원나리도 오셨군요? 부친상을 치르고 마음이 많이 황망하시지요?”

 

“아 네. 묘덕보살님 그간 평안 하셨는지요?”

 

“묘덕보살님 감사합니다. 허허허.”

 

“네, 덕분에 평안합니다. 목은나리는 그간 어찌 지내셨어요?”

 

“아네. 저는 원나라 학자감 유학중이었다가 부친상으로 귀국했습니다.”

 

“네.”

 

“백운화상님의 설법은 언제 들어도 참 대단하십니다.”

 

“네……. 저도 오늘 깊은 가르침을 또 한번 얻었습니다. 나리. 저토록 귀한 가르침들을 서책으로 남겨 후손 모두가 나눌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 그러나 오랜 동안 국정이 혼란 속에 빠져있다 보니 소중한 서책들은 모두 약탈당해 사라지거나 불에 타 사라지고 대부분 흔적이 묘연합니다. 새로운 활자주조법을 개발해야 부처님의 교리도 다시 살아나고 이 나라의 인재들도 새롭게 성장하게 될 것입니다. 앞으로 갈수록 부족한 서책들과 기록문제는 더욱 절실해질 것 같습니다. 나리, 우리는 이제 좀 더 적극적으로 고민해야만 한다고 생각합니다.”

 

“아네. 저 역시 그 점에서 묘덕보살님과 생각을 같이합니다. 이미 오래전 이 나라가 개방되어 원나라와 그 외 여러 나라 문물들이 밀려들어오는데 그 중에는 후손들에게 필요한 양서들도 아주 많습니다. 그러나 막상 우리는 지금 그것들을 감당할 여건이 못 되고 있습니다. 나라의 미래를 준비해야 하는데 늘 그것이 염려되어 저도 마음이 무겁습니다.”

 

“목은나리. 목활자본은 통 문장으로 인쇄를 해야하다보니 다른 활자로는 재사용이 불가능합니다. 어떤 글에도 글자를 모두 따로따로 분리해서 자유롭게 인쇄할 수 있는 주조기술을 하루빨리 찾아야 합니다. 그것이 해결된다면 서책을 발간하는 비용도 현저히 줄어들겠지요. 불경도 많이 인쇄되어 더욱 널리 보급될 것이고 그렇게 되면 백성들의 마음도 안정을 되찾을 것입니다. 그것만이 부처님의 광명으로 어두운 세상을 평안케 하는 힘이 될 것입니다.”

 

목은과 성사달은 가장 주목받는 대표적인 학자였고 왕이 신임하는 인재였다. 국내외의 복잡한 정세 속에서 근본적인 개혁이 추진되던 중요한 시기에 출중한 능력으로 두각을 나타내고 있었다. 그들은 젊은 인재라 큰 관심과 기대가 집중되곤 했다. 묘덕은 그들과 많은 대화를 나눈 후 서로를 배웅했다. 그녀는 해주까지 찾아왔지만 선방에 든 백운화상을 만나지 않고 발길을 돌렸다. 신광사 마당을 벗어나는 그녀 뒤로, 저 멀리 한켠에서 삿갓을 눌러 쓴 낯선 사내가 눈을 감은 채 좌선을 하고 있었다. 묘덕은 당장 달려가 백운화상을 만나고 싶었지만 그 길로 곧장 개경으로 돌아갔다.

 

2

 

그녀에게는 사소한 인연의 그리움보다 더 시급한 것이 있었다. 그녀는 개경으로 돌아와 서둘러 주자소로 향했다. 

 

 

 

 

 

-> 다음 주 토요일(10/12) 밤, 41회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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