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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직지소설문학상 대상수상작 [불멸의 꽃] 소설 연재 -35-

고려역사장편소설 [불멸의 꽃]<제35회>-챕터11 <지금 잡히면, 끝장이다 > 제1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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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희(시인 .소설가)
기사입력 2019-08-31

 

 제2회 직지소설문학상 대상수상작 [불멸의 꽃] 소설 연재 -35-

 

▲ 제2회직지소설문학상 대상 수상작 [불멸의 꽃] 표지     ©김명희(시인 .소설가)

 

 

고려역사장편소설 [불멸의 꽃]<제35회>

챕터11 <지금 잡히면, 끝장이다 > 제1화

 

▲ 김명희 고려역사장편소설 <불멸의 꽃> 챕터11 간지     © 김명희(시인 .소설가)

 

 

 

 

“문 여시오! 급보요! 어서 문 여시오!”

 

묘덕의 집 앞에서 관졸이 문을 요란하게 두드렸다. 그 앞을 지나가던 삿갓을 쓴 나그네가 저만치 가다 걸음을 멈춰 돌아보았다. 그는 한 손으로 깊이 눌러쓴 삿갓을 조금 들어올렸다. 그 묘령의 나그네는 미동도 없이 그 자리에 그대로 서 있었다. 관졸은 다급한 목소리로 계속 묘덕의 집 대문을 두드렸다.

 

‘쾅! 쾅! 쾅! 쾅!’

 

“어서! 문 여시오! 파발이요!”

 

‘쾅! 쾅! 쾅! 쾅!

 

“문을 여시오! 급보요! 어서 문을 여시오!”

 

갑자기 하늘이 무너질 듯 두드려대는 소리가 묘덕의 사저 대문을 부술 듯했다. 화들짝 놀란 금비가 버선발로 대문을 향해 뛰었다. 묘덕도 너무 놀라 안채에서 뒤따라 나왔다.

 

“무, 무슨 일이오?”

 

금비가 떨리는 목소리로 대문 밖을 향해 물었다.

 

“어서! 문을 여시오! 급보요! 어서!”

 

‘삐거-억!’

 

금비가 대문을 열기가 무섭게 창백해진 관졸 하나가 급히 들어섰다.

 

2

 

문밖에는 아까부터 삿갓을 눌러쓴 낯선 한 사내가 서 있었다.

 

“아씨마님……. 마음을 강하게 하옵소서. 비보(悲報)이옵니다.”

 

비보라는 말에 급작스런 현기증을 느낀 묘덕이 놀라 대청마루 기둥에 기대서며 정신을 가다듬었다.

 

“비보? 비보라니 무슨……?”

 

“마님…… 놀라지 마오소서……. 정안부원군께서 사고로 돌아가셨사옵니다.”

 

“뭐, 뭐? 이보게. 지금 뭐라…… 했소?”

 

“송구하옵니다. 정안부원군나리께서 마조단 터로 이동하시던 길에 장안 밖 살곶 다리에서 그만 낙상하여 돌에 머리를 부딪치셨…….

 

“……!”

 

“아씨! 아씨! 정신 차리시어요! 아씨……!”

 

묘덕은 그 자리서 혼절하고 말았다. 대문 밖이 저승이라 했던가. 묘덕은 넋을 놓고 정신이 나간 채 마루에 기대었다. 어제 웃으며 남편을 배웅했던 그녀의 사저에, 하루 사이에 정안군 대신 조등이 들어와 걸렸다. 묘덕의 사비들은 갑자기 닥친 초상준비로 바삐 뛰어다녔다. 남 노비들은 행랑채에서 새끼를 꼬느라 분주했고 여 노비들은 조문객 대접할 음식을 장만하느라 마당을 바삐 오갔다.

 

정안군 허종. 그녀가 의지했던 한 사람이 또 그렇게 이승을 떠나갔다. 그가 탄 말이 살곶이 다리 어디쯤에서 중심을 잃는 순간, 그와 함께 했던 묘덕의 생도 중심을 놓진 채 영원히 슬픔 안쪽으로 추락하고 말았다. 하늘도 그녀처럼 빛을 잃어 먹구름이 가득했다. 조등이 내걸린 사저 앞에 당도한 바람도 창백한 낯빛으로 흐느꼈다. 그녀의 슬픔은 지상에서 가장 긴 길처럼 끝없이 이어졌다. 금비도 그녀 곁에서 갑자기 닥친 슬픔에 어쩔 줄 몰라 했다. 충격으로 쓰러진 묘덕은 자리에 누워 물 한 모금 넘기지 못했다.

 

남편의 입관식에 겨우 정신을 차린 그녀는 싸늘한 주검 곁에 멍하니 쭈그려 앉았다. 죽은 정안군의 움푹 페인 머리에 덩어리진 피가, 그녀의 흐릿한 눈 속으로 몽롱하게 얼비쳤다. 그녀는 온 몸을 부르르 떨더니 퉁퉁 부은 눈을 지그시 감았다. 그녀의 감은 두 눈에서 가눌 길 없는 슬픔이 주르륵, 흘러내렸다. 마당에 높이 솟은 하얀 천막이 허공으로 멀어져가는 누군가를 향해 손사래를 치는 듯 슬프게 펄럭였다. 묘덕, 그녀는 비통함의 늪에서 헤어나지 못했다. 경황없는 며칠이 지나고 출상 날이 밝았다. 새벽 일찍 수 십여 명의 상여꾼들이 사저에 모여 상여를 일 준비로 분주했다. 정안군의 관이 대청에서 나와 상여에 실렸다. 상두꾼이 굵게 꼰 천을 밧줄처럼 부여잡고 상여 위로 올라갔다.

 

모든 준비가 끝났다. 4층 누각 대궐기와집 모양을 한 거대한 꽃상여가 영원히 그녀를 떠나려 몸을 움직이며 크나큰 배처럼 아주 느리게 넘실거렸다. 그녀의 남편을 실은 꽃상여가 그녀에게서 멀리 남편을 데려가기 위해 서서히 상여꾼들 어깨위로 들어 올려졌다. 다시는 돌아오지 못할 인연의 바다를 건너기 위해 거대한 배처럼 출렁였다. 상두꾼 요령소리를 따라 거대한 상여가 사저 대문을 천천히 나섰다. 만장 수 십여 개가 저승으로 떠나는 그를 향해 가지 말라 애원하듯 펄럭였다. 상복을 입고 뒤따르던 묘덕은 쓰러질 듯 비틀거렸다. 금비에게 안겨 울며 겨우겨우 상여를 따라갔다. 며칠 전 그녀의 맑았던 모습은 오간데 없었다. 초췌하고 창백한 여인이 한줌도 안 되는 허리로 구부정한 슬픔을 억누르며 죽은 남편의 뒤를 따르고 있었다. 떨그렁……. 떨그렁……. 울리는 상두꾼의 구슬픈 요령소리와 함께 기나긴 상여소리가 이어졌다. 묘덕은 곡을 하며 여러 번 바닥에 주저앉았다. 상여를 뒤따르는 수십 명의 곡비들 뒤로 삿갓을 눌러쓴 침울한 한 사내의 모습이 언뜻 뒤섞였다. 그도 정안군의 상여를 따라가고 있었다. 그는 얼마 전 묘덕의 집 앞을 지나다 대문 밖에서 정안군의 비보를 우연히 엿들었던 바로 그 나그네, 그는 오래전 집을 나간 허열 이었다. 그 사내가 누군지 아무도 관심 있게 알아보는 이가 없었다. 허열에게는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상두꾼의 노랫소리가 들판을 가로지르자 하늘도 슬픔에 지쳤는지 한 무리의 새떼들을 허공 저쪽으로 흰 종이꽃처럼 흩뿌려주었다. 구슬픈 노래가 냇물처럼 긴 끈이 되어 황량한 들판을 아득히 가로질렀다.

 

“간다. 간다. 나는 간다. 이별이 서러워 못가겠네.

 

어허 어허하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부모 아내 이별하고 이제 가면 언제 오나.

 

인명은 재천이라 죽어 갈 길이 서럽구나.

 

 

 

간다. 간다. 나는 간다. 이별이 서러워 못가겠네.

 

어허 어허하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한 달이라 서른 날은 맷돌같이 돌아갈 제

 

꽃을 보고 놀던 나비 짝을 잃고 돌아가니

 

 

 

간다. 간다. 나는 간다. 이별이 서러워 못가겠네

 

어허 어허하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한탄설움 새 울적에 푸른 청산 찾아가네.

 

초로 같은 우리 인생 이슬같이 가는구나.

 

 

 

간다. 간다. 나는 간다. 이별이 서러워 못가겠네

 

어허 어허하 아리랑 고개로 넘어간다.

 

수명장수 다 못하고 이 세상을 하직하니

 

창외삼경 세우시에 원한 맺힌 한 이로다…….”

 

정안군의 마지막 길을 뒤따르는 장례행렬은 그들의 슬픔처럼 길었다. 그렇게 선원사로 가서 남편을 가슴에 묻고 그녀는 집으로 돌아왔다. 묘덕은 남편 정안군을 저세상으로 보내고 겨울들판보다 더 쓸쓸하고 외로웠다. 묘덕의 가슴은 이별과 아픔으로 온통 얼룩졌다. 생모와의 어릴 적 생이별이 그녀를 오래 외롭고 힘들게 했었다. 자신의 이룰 수 없는 애틋한 사랑도 그녀를 또 슬프게 했었다. 그 옛날 백운스님이 자신을 걱정하며 그 번뇌를 덜어내려 애쓰는 모습을 멀리서 볼 때마다 그녀 가슴은 속수무책으로 무너져 내렸었다. 그들 모두의 삶은 언제나 반쪽이었고 이룰 수 없는 아픔이었다.

 

 

 

< 11. 지금 잡히면, 끝장이다 >

 

1

 

원나라로 떠난 지 일 년 만에, 백운화상이 고려로 돌아왔다. 

 

 

 

 

-> 다음 주 토요일(9/7) 밤, 36회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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