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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직지소설문학상 대상수상작 [불멸의 꽃] 소설 연재 -28-

고려역사장편소설 [불멸의 꽃]<제28회>-챕터7 <스님……, 가시옵니까?> 제9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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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명희(시인 .소설가)
기사입력 2019-07-13

 

 

 

제2회 직지소설문학상 대상수상작 [불멸의 꽃] 소설 연재 -28-

 

 

▲ 제2회직지소설문학상 대상 수상작 [불멸의 꽃] 표지     ©김명희(시인 .소설가)

  

 

고려역사장편소설 [불멸의 꽃]<제28회>

 

챕터7 <스님……, 가시옵니까?> 제9화

 

▲ 제2회직지소설문학상 대상 수상작 [불멸의 꽃] 챕터7 간지     ©김명희(시인 .소설가)

 

 

 

 “찾았느냐?”

 

“아효, 아씨. 어디에도 백운스님은 보이지 않습니다요.”

 

“그래? 어서 나를 따라오너라.”

 

그녀는 요기를 하고 쉬고 있던 가마꾼에게로 달려갔다. 모처럼 이를 쑤시며 쉬던 그들이 마당으로 급히 들어선 그녀를 멀뚱대며 보았다.

 

“여보시게들. 어서 무심천으로 좀 가주시게. 어서.”

 

묘덕의 재촉에 가마꾼들은 급히 무심천변으로 향했다. 너른 강가에 냇물은 하얗게 얼어있었다. 멀리 들판에 어린도령들이 나와 신나게 웃음을 날리고 있었다. 달려가는 가마꾼들의 머리 위로, 도령들이 띄워 올린 가오리 학 방패연이 청주하늘을 가르며 드높이 헤엄쳐 날아올랐다. 그러나 무심천변에도 백운스님은 보이지 않았다. 까맣게 타들어가는 그녀의 마음은 자꾸만 땅으로 곤두박질치고 있었다.

 

“여보시게들. 다시 장터로 좀 가주시게. 미안하네. 수고한 삯은 잘 쳐주겠네. 어서 좀 도와주시게. 부탁하네.”

 

“하이고 삭신이야……. 알겠습니다요.”

 

묘덕을 태운 가마가 무심천에서 다시 장터로 내달렸다. 장터에 도착하자마자 묘덕은 가마에서 뛰다시피 내렸다.

 

“금비야. 냉큼 다녀올 곳이 있으니 너는 국밥집에 들어가 가마꾼들 탁배기나 좀 더 들게 하거라. 내 금방 다녀오마.”

 

묘덕은 말 끝나기가 무섭게 아까 둘러봤던 골목으로 다시 사라졌다. 묘덕은 약방에 들어가, 부처님 말씀을 전하던 어떤 스님을 못 보았느냐고 물었다. 대장간 노인도 공터에 몰려나온 남정네들도 백운스님의 행방에 대해 아는 이가 없었다. 또 다른 주막에 들어가서도 물어보았다. 그들은 하나같이 이틀 전에 본 후 그 후로는 보지 못했다는 대답이었다. 생김새를 물어보니 백운스님이 틀림없었다. 그녀는 그 스님이 혹시 어디에 기거하시는지 아냐고 물었지만 홀연히 나타났다 사라져 모두가 모른다고 했다. 다만 개경 어느 절에서 왔다는 이야기만 들었다는 말들뿐이었다. 장터를 벗어나며 묘덕은 다리에 힘이 풀렸다. 마음은 끈 끊어진 연처럼 갈팡질팡했다. 하늘이 노랗고 어지러웠다. 그러고 보니 이틀 전 안성목 칠장사에서 미음 몇 술 뜬 후, 며칠 째 물 한 모금 변변히 먹은 게 없었다. 어찌해야 백운스님을 만날지 이제는 아무 생각이 떠오르지 않았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눈에서 뭔가가 주르륵, 흘렀다.

 

‘스님……. 흐흑!대체 어디 계세요. 어디 계시는 거예요……. 제가 예까지 왔단 말이에요. 묘덕이 왔다구요. 당신이 그리워 예까지 찾아 왔건만 스님은 대체 어디 계시기에 모습이 뵈지 않는 것 인가요. 제발 나타나 주세요. 제발. 제발요…….’

 

그녀 마음은 허둥대고 있었다. 저 앞에서 커다란 옹기수레가 급히 달려오며 비키라고 소리쳤다. 그녀는 그 외침이 마치 꿈을 꾸듯 희미하게 들릴 뿐이었다.

 

“비켜유! 비켜! 옹기수레가 갑니다유! 비켜유. 비키세유! 옹기수렙니다유! 어? 앗!”

 

“으악……!”

 

순간 전속력으로 달려오던 옹기수레바퀴에 묘덕의 발이 깔리고 말았다. 옹기장수가 놀라 급히 수레를 멈추고 당황한 표정으로 그녀에게 다가왔다.

 

“이보슈! 괜찮으슈?”

 

“아…….”

 

“거참! 아, 아까부터 계속 비키라고 목이 터져라 소리친 거 듣지 못 했슈?”

 

“으흐…….”

 

그녀의 하얀 버선발에서 붉은 핏물이 서서히 베어 나오고 있었다. 옹기장수 사내가 신경질적인 표정으로 그녀를 살폈다.

 

“아이구. 발등을 다친 모양이네 나 원 참! 거 매가 분명 조심하라 했잖수! 에잇! 바빠죽겠구만! 어디 천천히 일어나 보슈. 걸을 수는 있겠수? 아, 참! 어서 내 등에 업히슈. 어서!”

 

“아닙니다. 괜찮습니다. 발등을 조금 스친 것뿐입니다. 어서 먼저 지나가세요.”

 

“아! 여러 말 말구 업히라면 업히슈! 어디 의원한테라도 가 봐야잖수? 나두 시간이 바쁜 몸이유. 어서 빨리 업히라믄 좀 업히슈!”

 

“아닙니다. 어서 가세요. 저는 괜찮습니다. 조금 지나면 걸을 수 있을 터이니 가던 길이나 어서 가세요.”

 

“정말이슈? 나중에 내 원망 마슈. 그럼 나는 바빠서 이만……. 어서 가서 치료나 잘 하슈. 흠.”

 

묘덕은 한쪽 발을 끌며 장터를 겨우겨우 벗어났다.

 

“아……!”

 

발등의 통증이 버선을 뚫고 나올 듯 욱신거렸다. 저자거리 골목 저 끝에 묘덕이 타고 온 가마가 보였다. 눈앞에 보이는 가마까지 고통을 참으며 겨우겨우 걸어갔다. 가마 가까이 다가가니 왼쪽 맞은편에 국밥집이 보였다. 평상에 앉아있는 금비의 뒷모습도 보였다. 묘덕은 국밥집 싸리문을 잡고 겨우 서서 간신히 금비를 불렀다.

 

“금비야. 금비야.”

 

금비가 소리 나는 쪽으로 얼굴을 돌렸다. 묘덕은 순간 그 자리에 쓰러졌다.

 

“어머나! 아씨! 정신 차리세요.”

 

금비가 국밥을 먹다말고 버선발로 평상을 내려와 싸리문 쪽으로 달려왔다. 그녀가 쓰러진 묘덕을 급히 안아 일으켰다.

 

“아씨! 어머나! 아씨 발등이 왜이래요? 다치신 겁니까요? 아니! 어쩌다 이렇게 되신 겁니까요? 아씨. 잠깐만요. 이봐요! 여보시오. 좀 도와주시오.”

 

국밥집에서 탁배기를 나누던 가마꾼들이 급히 달려왔다.

 

“이게 뭔 일이래유? 다치셨슈? 발등이 많이 붰구만유. 얼레, 핏물이 흥건하네……. 꽤 많이 다치신 모양인뎁쇼? 어서, 제 등에 업혀 봐유. 어디 의원한테라도 봬야 되것습니다유.”

 

가마꾼 중 한 사람이 묘덕을 등에 업고 장터 뒤켠에 산다는 의원에게 급히 달려갔다. 묘덕의 발등을 살펴본 백발의 의원은 침을 여러 곳에 놓았다. 곁에서 지켜보던 금비가 의원에게 다가앉으며 물었다.

 

“의원나리 우리 아씨 어떠신가요?”

 

의원은 미간을 찌푸리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옹기를 실은 수레에 발이 끼었다고 했소이까? 흐음……. 쯧쯧쯧. 모르긴 해도 수레무게가 엄청났을 게요. 아주 심하게 다치셨구만…….”

 

“네? 그래요? 우리 아씨 상태가 어떠신데요?”

 

“흐음……. 발등에 작은 뼈들이 꽤 많이 부러진 듯 하고, 인대도 여러 곳이 상했소이다.”

 

“아…….”

 

그 사이에도 묘덕은 연이어 신음소리를 냈다.

 

“발등에 난 상처를 우습게보다가는 나중에 큰일 나는 벱요. 붓기가 빠져봐야 알 일이지만……. 상태가 아주 안 좋구먼. 발등에는 우리 눈에 보이지 않는 아주 작은 뼈들을 상당히 많이 있소. 그 위로 무거운 것이 누르고 지나갔다면, 잔뼈들도 부러졌을 게고 그 뼈들을 잡아주는 인대 손상도 심할 게요. 한동안 치료를 잘 해야 걸을 수 있소. 어서 집으로 돌아가 약 잘 다려먹고 당분간은 절대 움직이지 마시오. 흠……. 내가 할 일은 다 했으니 돌아들 가시오. 만약 저 붓기가 오래 지나도 빠지지 않으면 그 땐 절름발이가 될 수도 있으니 조심하시오.”

 

“예, 의원나리. 고맙습니다요. 아니 아씨……. 아이구, 어쩌다 이리 되셨어요? 차암……, 조심 좀 하시지……. 걸을 수는 있으셔요?”

 

“금비야, 난 괜찮아. 며칠 지나면 괜찮아질 게다.”

 

“아구! 아씨! 방금 의원나리 말씀 못 들으셨어요? 상처가 심하다 안합니까요. 어서 개경으로 돌아가셔야 합니다요. 다시는 여행 가신다 어쩌신다 말씀도 마세요. 으이구! 나리가 아시면 저는 이제 경을 칩니다요. 제가 정말……. 아씨 땜에 못 삽니다요……. 아효!”

 

묘덕은 결국 가마꾼에게 다시 업혀 객주로 돌아왔다. 그녀는 전혀 움직이지 못했다. 다음 날이 되자 발등은 거북이등처럼 부풀어 올랐다. 멍이 시커멓게 들고 상처가 무척 심했다. 객주 주인여자가 보더니 놀라 한 마디 했다.

 

“아구 저런, 상태가 엄청 심각 하네유. 더 늦기 전에 어서 댁으로 가서 치료 하슈.”

 

백운스님을 볼 수 없을 것 같은 불길함에 그녀는 마음속 낭패감이 상처보다 더 욱신거렸다. 그러나 이제는 어쩔 도리가 없었다. 묘덕은 흙 진창처럼 엉망이 된 마음으로 객주를 나섰다. 개경으로 돌아가 치료를 해야만 했다. 그 몸으로 백운스님을 찾는 것은 도무지 불가능했다. 그녀는 아픈 발등보다도 여기까지 와서 개경으로 돌아가야 하는 마음에 속이 상해 견딜 수 없었다. 그녀는 가마에 올라 체념하듯 문을 내렸다. 장터를 지나 무심천이 보이는 뚝 길로 접어들었다. 묘덕을 실은 가마꾼들이 걸음을 서둘렀다. 금비도 함께 걸음을 재촉했다. 그녀는 들창문을 열고 물끄러미 무심천 강변을 내다보았다. 그곳 어딘가에 스님이 있을 것만 같아 그녀 마음이 타들어갔다. 저 멀리 무심천변에 사람들이 모여 있는 것이 보였다. 그들이 뭐라 하는지 멀리 있는 묘덕에게는 전혀 들리지 않았다. 멀리 여러 사람들이 한데 모여 웅성거렸다.

 

“여보게! 오늘 그 개경에서 오셨다는 스님이 여기에 또 나온다고?”

 

 

 

-> 다음 주 토요일(7/20) 밤, 29회에서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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